'불매운동 뭇매' 유니클로, 롯데쇼핑 강희태 등기임원 선임…침몰하는 배끼리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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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 뭇매' 유니클로, 롯데쇼핑 강희태 등기임원 선임…침몰하는 배끼리 만났다
  • 김상록
  • 승인 2020.10.08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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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스타필드 안성점, 개점 기념 쌀 증정 행사
유니클로 스타필드 안성점, 개점 기념 쌀 증정 행사. 유니클로 제공

지난해부터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직격탄을 맞은 유니클로가 최근 새 매장을 잇따라 열고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겸 롯데 유통BU장을 한국 유니클로(FRL코리아)의 등기임원으로 선임하는 등 부진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결과를 속단하긴 이르지만 실적 부진에 빠진 롯데쇼핑의 수장과 국내 소비자들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유니클로의 만남에서 해피엔딩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유니클로는 지난달 부산 범일점을 개장한 데 이어 7일에는 경기도 안성 스타필드 내에 새 매장을 오픈했다. 

앞서 지난 4월 부산 삼정타워점, 5월 롯데몰 광명점을 비롯해 올해 현재까지 모두 4곳이 새롭게 문을 열어 전체 매장 수는 166개로 늘어났다. 유니클로 매장 수는 지난해 말 187개였으나 일본 제품 불매 운동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맞물리면서 지난 8월에만 10개 지점이 문을 닫는 등 160여개까지 줄었다.

코로나 장기화와 더불어 일본 불매 운동이 1년을 넘어선 만큼 장기적인 운영에 중점을 둔 방향으로 비춰지지만 상황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적폐청산사회대개혁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유니클로는 과거에 대한 반성과 사죄보다는 부산 동구 범일점을 이용해 다시 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며 "지속해서 불매운동 투쟁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유니클로 범일점은 매출감소 등을 우려한 인근 4개 지역 전통시장 상인들과 갈등을 빚으면서 관할구청이 준공승인을 보류해왔다. 이후 유니클로가 4개 전통시장번영회와 협상 끝에 유니클로 매장 안 전통시장 홍보공간 조성, 전통시장 행사 일부 지원 등의 합의안을 도출해내며 간신히 문을 열었다. 유니클로의 새 매장 오픈 소식은 잠시 소강 상태를 나타냈던 불매 운동에 오히려 불을 부은 듯한 모양새가 됐다. 이제 유니클로의 등기임원이 된 강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유니클로가 '구원 투수'로 내세운 강 부회장은 2005년 롯데쇼핑 이사를 시작으로 롯데그룹 유통 부문의 요직을 두루 맡아왔다. 롯데쇼핑, 롯데자산개발, 롯데그룹 유통BU장에 이어 유니클로 등기임원에 이르기까지 '1인 4역'을 맡은 강 부회장이지만 뾰족한 수를 마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롯데쇼핑도 유니클로와 마찬가지로 매출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만큼 강 부회장 입장에서는 내부 교통정리가 보다 시급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 롯데쇼핑 제공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 롯데쇼핑 제공

올 상반기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2% 줄었으며 당기순손실은 242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올해 안에 120개 매장(백화점 5개, 마트 16개, 슈퍼 74개, 롭스 25개)을 폐점하기로 했고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직원 3369명을 감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와 맞물려 쇼핑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으나 여기에 대응하는 롯데쇼핑의 움직임은 한참 뒤쳐진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뒤늦게 온라인 사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야심차게 선보인 롯데온은 헛발질만 하고 있다. 롯데온은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홈쇼핑, 하이마트, 롯데닷컴 등 롯데 유통 7개사를 한 곳에 모은 일종의 '롯데 온라인 통합 플랫폼'이다. 

앞서 오픈 초부터 접속 불통 및 지연, 롯데닷컴과 통합되는 과정에서의 회원 등급 강등, 정확치 않은 검색 결과 등으로 고객의 원성을 샀고, 최근에는 앱 이벤트 '엘포인트 X2 더블찬스'를 진행했지만 고객에게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5일 만에 중단 시켰다.(한국면세뉴스 2020년 9월 28일 "롯데온 '고객 잃고 돈도 잃어'...업계, "롯데쇼핑 경영진 소비자 몰라도 너무 몰라" 기사 참조) 

준비가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사를 따라 잡아야 한다는 마음만 앞선 무리한 일처리가 이 같은 촌극을 부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세를 보여왔던 오프라인 유통은 예전 같지 않고,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는 롯데온이 롯데 유통의 미래를 이끌어 가기에는 역부족처럼 여겨진다.

일부 국민들에게 뿌리 깊이 박힌 '롯데=일본 기업'이라는 인식에서 오는 거부감 역시 난제로 남아 있다. 매번 롯데 관련 기사에서는 이 같은 점을 지적하는 댓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여전히 한국어보다 일본어에 능숙한 신 회장의 역할(?)이 한 몫 하고 있는 것이다. 

'반일 감정'은 논외로 하더라도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만한 전략이나 '마케팅 감'이 떨어지는 것 또한 문제다. 전날 '유니클로 스타필드 안성점' 오픈 기념 행사로 내건 '안성마춤 쌀' 증정 행사가 그렇다. 단순히 안성에서 나는 특산품이라고 해서 '쌀'을 건네는 이벤트는 헛웃음을 짓게 만든다. 의류 브랜드라고 해서 반드시 그와 관련된 이벤트를 기획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쌀 증정은 다소 쌩뚱맞게 느껴진다.

불매 운동 여파에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하는 트렌드와 소비자들의 성향을 파악하지 못하고 허우적 거리는 경영진. 침몰하는 롯데쇼핑과 유니클로의 동행이 가져오는 불안감은 당분간 계속될 듯 하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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