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 Free!] 백신 탐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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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Free!] 백신 탐구생활
  • 박주범
  • 승인 2020.12.16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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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실 좀 두렵다. 확진자 수가 최고 기록을 돌파한 이 겨울의 감염병 난국, 처음 겪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잘 해왔다. 올해 초 마트에서 휴지를 서로 빼앗으며 난투극을 벌이던, 나라 밖 사재기 소식을 들으면서도 의연했다. K-방역을 공부해 가는 나라도 있었다. 아직도 미국 유럽에 비하면 잘 막아내고 있다.

하지만 가족 중 누군가는 오늘도 혼잡한 대중교통에 몸을 맡기고 일터로 간다. 가서 생계를 위해 누군가와 ‘대면’해야 한다. 집단감염은 물론, 경로를 모르는 전파도 많다.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불안과 공포는 방어 본능을 작동하게 한다. 경계하고 불신하고, 그러다 미워하고 혐오까지 하게 된다. 각종 음모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이유다. 

백신이 곳곳에서 어벤저스 슈퍼 히어로 군단처럼 나타날 것처럼 날마다 보도되지만, 백신 반대론자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미국에서는 유명 배우나 정치인 중 백신이 효과는 없고 자폐증 같은 부작용이 있어 반대한다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방부제와 안정제 때문이라고. 

유럽에도 백신 의무화는 개인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프랑스는 백신의 안정성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33%다. 이들은 자기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주장한다. 백신 접종이 과도한 정부 개입이라는 것이다. 작은 정부를 주창하며 마스크 쓰기를 거부했던 사람들 중에도 같은 생각인 사람이 많다. 

아프리카의 여러 곳을 비롯해 선진국이 아닌 나라에서도 감염병과 백신에 대한 불신감이 높다. 백인들이 돈 벌기 위해 자기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백신으로 돈을 벌기 위해 WHO가 코로나를 퍼뜨렸다”
“미국에서 사실은 코로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 간 감염병 책임 논쟁은 오래 됐다. 중국 출신 바이러스 학자 옌리멍은 지난 9월 11일 영국 ITV ‘루즈 위민’ 인터뷰에서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우한연구소에서 만들어졌으며, 우한 시장에서 시작됐다는 건 연막이라고 폭로했다. 게놈 염기서열을 인위적으로 조작, 생성한 증거가 담긴 보고서를 출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미국으로 도피했다. 세상에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고 폭로 이유를 밝혔다.

코로나19에 관한 음모론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통계가 영국 일간 가디언과 유고브-케임브리지 글로벌리즘 프로젝트의 공동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전 세계 25개국 2만6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7∼8월 실시된 조사에서 신종 바이러스 제조 및 유포자로 중국을 지목한 음모론 신봉 비율은 나이지리아가 50% 이상으로 가장 높았고, 남아공, 폴란드, 터키가 40% 이상으로 뒤를 이었다. 미국, 브라질, 스페인의 경우 이 음모론 신봉 비율이 35% 이상,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독일의 비율도 20∼25% 선이었다.

바이러스 제조 유포 책임자로 중국이 아닌 미국을 지목한 음모론에 대해서는 터키 응답자의 신봉비율이 37%로 가장 높았고, 그리스와 스페인에서도 20%에 달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미국 응답자의 17%가 자국 정부를 겨냥한 이 음모론을 신뢰한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이 밖에 5세대(5G) 이동통신망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는 황당한 음모론 신봉자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5G 네트워크가 코로나19 감염증을 유발하거나 심화한다는 음모론을 신뢰한다는 응답 비율은 터키,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나이지리아, 남아공 등에서 20%가 넘었다.
 
인간은 수 백 광년 떨어진 행성에 미생물이 사는 걸 발견했다고 좋아했지만, 우리 부모와 이웃을 희생시킨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왜 생겼는지는 아직 모른다. 플라스틱과 비닐을 수 억 가지 다양한 형태로 변형해 쓰지만, 그 편리함과 남용이 얼마나 많은 자연과 생명을 사라지게 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백신을 불신하는 황당한 이유들만큼이나 백신이 코로나를 종식할 거라는 맹목적인 믿음도 두렵다. 마스크쓰기와 사회적거리를 지키는 묵묵한 시민의식이 오히려 우리의 생명과 사회를 지켜내지 않을까. 

한가지 백신으로 감염병을 다 잡을 수 없다. 예방율 100% 백신은 없지 않은가. 백신은 우리 마음에도 있다.

글. 이인상 칼럼리스트. 항상 세상과 사람과의 소통을 꿈꾸고 있다. 현재 문화미디어랩 PR컨설턴트로 근무하고 있으며, LG그룹 • 롯데그룹 등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했다. dalcom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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